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筆 +2009/01/05 15:08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흐르는 강물이라고 한다.

그것과는 또 다른 시간.

시간은 우리 주위에서 그렇게 흘러가고.

그렇게 또 우리를 보낸다.

또 우리는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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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바람.

봄이다.

주변은 푸르고, 만물의 생명이 움트는 시간이다.

생명을 느끼고 있었다.

생명은 언제나 크라네스를 생기있는 삶으로 이끄는 것이였다.

평화로운 이탈리아의 한적한 시골.

이곳에는 몇 안되는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시냇물 근처에서 멱을 감고,

양치기는 한적하게 양을 치며,

종지기인 크라네스는 때를 맞추어 종을 울렸다.


"이 종소리는 마을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리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영감을 일깨워주는 소리지"


혼잣말을 하면서 종을 11번 울렸다.

해가 높이 뜨기 전 바로 그 시간.


크라네스는 종지기이지만, 시간을 알리기만 하는 노예는 아니다.

그에게는 그만의 취미가 있다.

예술가는 아니지만, 그는 늘 그림을 그린다.

이번에는 종탑과 주변의 비둘기, 그리고 먹이를 주는 노파를 그린다.

어떤 한 장면을 늘 신중하게 택하여 그림을 그리는 크라네스는 행복하다.

이순간 만큼은 그를 방해하는 것이 없다.

하나에 푹 빠져 있는 사람에게 방해를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듯한 모습이다.
어떤 힘에 의해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누구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이제는 썩 그림을 잘 그린다.

높이 솟아있는 종탑, 그 옆의 비둘기들, 먹이를 뿌리는 장면까지, 살아있는듯 하다.

크라네스는 12년째 종지기를 했고, 그동안 꾸준히 그림을 그려왔다.

누가 가르쳐준것도 아니지만, 못그리던 잘그리던 그라네스는 그렇게 그림을 그려왔고, 이제는 썩 잘그리는 편이다.


"노력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아. 사람이 사람을 배신할뿐."


그가 종지기를 하게 된 이유는 사람 때문이었다.

사람은 사람을 늘 실망하게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를 종지기로 만든 배신은..

가슴을 향한 배신이었다.

어차피 사랑이라면 이미 많은 쓴 맛을 본 그였다.

하지만 그녀는 떠났다.

크라네스는 원망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되어 떠난것일뿐..

그녀의 문제는 아니였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더 이상 사랑을 시도할 생각조차 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는 종지기가 되었다.

죽음과 마주한 사랑에서 쓴맛을 본 그에게는 그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고, 피난처였다.


벌써 홍조색을 띤 해가 서편으로 저물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아름다움에 취한 그는 종탑에 기대어 지긋이 눈을 감았다.


- 1장 종료

Posted by HiRo.C